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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기권할 당시에는 저도 실망이 컷었어요. 아마 저같은 기분을 느끼신 분들 많은거에요. 저는 정현의 8강까지 경기를 보지 못했어요. 어제 겨우 시간이 나서 4강 경기를 처음부터 보게되었는데, 2세트 끝나기도 전에 기권. 김이 팍 세더군요. 더구나 그전까지 페더러에게 거의 무기력하게 끌려다녔으니 말이에요. 그 실망감은 더 컸던 것 같아요.

 

한국인 최초 4강 진출이라는 업적만으로도 엄청난 것이고, 테니스의 황제라는 페더러와의 맞대결을 보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지만, 경기라는 것이 그렇죠. 누가 지는 경기를 보고 싶어할까요. 붙으면 무조건 이겼으면 하는 바램으로 보는거죠.

 

 

솔직히 승리에 대한 바램은 국민들보다 정현 자신이 더 간절했을지 모르겠어요. 그랬으니 그런 부상에도 불구하고 일단 한번 해보자라고 뛰어들었으니 말이에요. 하지만 페더러는 정말 산전수전 다 겪은 테니스의 고수이기는 하더군요.

 

정현의 몸상태가 완전 최고조였다면 붙어볼많은 했을 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페더러가 황제소리를 듣는 것에는 크게 2가지 원투펀치를 가지고 있더군요. 첫번째 무기가 서브에이스. 가장자리에 제대로 꽂히기도 하고 속도도 빨라서 아예 손을 못 쓰는 서브에이스로 경기를 쉽게 쉽게 가져가더군요. 그리고 두번째 무기가 구석구석 꽂아넣는 볼컨트롤. 마흔에 가까운 페더러가 20대초반의 정현을 만나서 여유롭게 경기를 끌고 가는 것도 결국 서브에이스와 적재적소에 꽂아넣는 그의 예리한 스트로크더군요.

 

 

 

첫세트를 6대1로 가볍게 이기고 두번째 세트를 5대2로 앞서가고 있는데 정현이 기권을 했어요. 기권하기전에 메디컬 타임아웃으로 발의 상태를 잠깐 보여주기는 했는데요, 그 정도로 포기를 하나라는 시선도 있을 것이고요, 남자가 한번 칼을 뽑았으면 끝을 봐야지, 투혼이 없어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요, 결과 상관없이 잘 싸워줬다, 4강까지 간 것만해도 대단하다는 이야기도 하는 등등. 사람마다 이번 경기를 두고 여러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정현의 판단은 정말 현명했다고 생각을 해요. 내가 만약 정현이었다면 온 국민이 지켜보는 큰 경기에 그렇게 무기력하게 기권을 선언할 수 있었을까. 국민들 생각해서라도, 페더러에게 일방적으로 끌려가더라도, 발바닥 살점이 떨어져나가더라도 경기를 마치고 나중에 부상이 알려지면 최소한 최선을 다했다는 소리를 듣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에 부상 상관없이 경기를 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정현은 많은 국민들이 실망하고 자신의 경기 포기에 대해서 악플도 달릴 것이라는 걸 알지만 과감하게 경기를 포기했어요. 그게 얼마나 어려운 결정인지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거에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정현 기권에 대한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정현은 이제 20대 초반입니다. 굳이 부상부위를 더 악화시켜가면서 경기를 마칠 필요는 없었죠. 어차피 테니스 경기는 계속 있을테니까요. 부상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를 넘어서게 되면 회복 불능 상태까지 갈수도 있거든요. 자신이 생각했을 때 적정선까지 갔고, 휴식 후 회복이 된다고 판단이 서면 거기서 그만두는 것이 현명할 결정이죠.

 

정현이 처음 경기를 포기했을 때는 저 역시도 실망을 하기는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판단이 옳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 강해져 돌아오겠다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훗날 새로운 기록 보다는 지금의 부상이 빨리 나아서 자신의 투지와 힘을 코트에서 마음껏 발산했으면 좋겠습니다. 당분간 부상치료에 전념하시고 완쾌하세요. 지금까지만의 기록만으로도 당신은 진정한 Pioneer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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